곤자쿠 이야기집
《곤자쿠 이야기집》(일본어: 今昔物語集, こんじゃくものがたりしゅう 곤자쿠모노가타리슈[*])은 일본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말기에 성립된 것으로 보이는 설화 모음집이다. 전31권. 다만 8권·18권·21권은 빠졌다. 《곤자쿠 이야기집》이라는 이름은 각 설화 모두가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나」(今ハ昔)라는 첫 머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서 유래한 편의적인 이름이다.
성립
편집곤자쿠 이야기집의 성립 연대와 작자는 확실하지 않다. 작자가 누구인지는 아예 이야기에 적혀 있지 않아 알 수 없고, 성립 연대에 대해서는 11세기 후반에 일어났던 대규모의 전란인 전9년의 역과 후3년의 역에 관한 설화를 수록하고 있는(다만 후자의 경우는 설화 이름만 남아 있고 본문은 전하지 않는다) 것으로 보아 1120년대 이후 성립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내용
편집곤자쿠 이야기집의 내용 구성은 천축(인도)과 진단(震旦, 중국), 그리고 본조(일본)의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에는 먼저 인과응보담 등 불교설화가 소개되어 있으며, 그 뒤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몇 가지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나」(今昔)라는 첫머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라는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한다」(トナム語リ傳へタルトヤ」)라는 문구로 이야기를 끝맺고 있다. 또한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 두 편(내지 세 편)을 이어 소개하는 「이화일류양식」(二話一類様式)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곤자쿠 이야기집의 원문(스즈카본鈴鹿本)은 평이하게 한자와 가나(仮名)가 섞여 쓰이는 화한혼효문(和漢混淆文)으로 작성되었고(다만 히라가나가 아니라 가타가나이다) 그 문체는 화려한 수사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 한편으로 의태어를 많이 사용해서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는 「곤자쿠 이야기집 감상」(今昔物語鑑賞)에서 이러한 곤자쿠 이야기집의 문체를 「아름다운 눈빛」(美しいなまなましさ), 「야만으로 빛나고 있다」(野蛮に輝いている)고 평가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어떤 사람의 이야기인가를 필수적으로 명기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들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빈칸을 마련해 훗날의 보충을 기하는 형태로 문장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곤자쿠 이야기집》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전거가 된 문헌에서 「옛날옛날에 어느 마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라는 서두에서부터 시작되는 설화가 있고 그 인명이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에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는데, ○○ 국(国)에 □□라는 사람이 있었다」라는 형태로 기술되며, 후일 그 정보가 밝혀질 경우에는 즉시 가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편찬의 의도로 의식적인 누락 부분이 매우 많은 것이다.
영향
편집13세기에 성립된 《우지슈이 이야기》에는 곤자쿠 이야기집과 겹치는 이야기가 모두 8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곤자쿠 이야기집》에서 영감을 얻어서 작품을 구상한 근대 일본작가들도 매우 많은데, 대표적인 인물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라쇼몽》(羅生門)과 《코》(鼻)가 유명하다.
일본의 심리학자이자 일본문화 연구자인 가와이 하야오(河合隼雄)에 따르면 《곤자쿠 이야기집》의 내용은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나」라는 대목은 다시 읽고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초근대(포스트모더니즘)의 지혜를 담고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해 당시의 일본인의 의식이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자신과 타자를 구별하지 않은 채로 파악한 현실을 충실하게 적어둔 점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제의식은 그것이 데카르트적(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절단을 얼마나 초월하느냐에 있으며, 그 점에서 《곤자쿠 이야기집》은 실로 유효한 소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1]
한국어 번역
편집2016년 한국의 세창출판사에서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555로 《곤자쿠 이야기집》을 번역하였으며, 이시준, 김태광 등이 번역을 맡아 《금석이야기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다만 번역의 대상은 천축이나 진단부는 제외하고 일본의 설화를 다룬 본조부에 한정되었다.
각주
편집- ↑ 河合隼雄『対話する生と死』(大和文庫 2006年2月15日発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