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천문학)

천문학에서 대논쟁 또는 섀플리 - 커티스 논쟁나선 성운의 본질과 우주의 크기에 관한 할로 섀플리히버 커티스 사이의 유명한 논쟁을 일컫는다. 기본적인 논점은 과연 이 성운들이 크기가 작고 우리은하 내에 위치해 있는지, 아니면 성운들이 다른 은하들인가 하는 것이였다. 이 대논쟁은 1920년 4월 26일에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베어드 강당에서 열렸다. 두 천문학자는 낮에는 "우주의 규모"에 대해서 각자 저술한 논문을 발표하고, 그 날 저녁에는 합동 토론회에 참가했다. 이 때 발표된 논문들은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론도 포함하여 미국국립연구협의회보 1921년 5월호에 정식으로 출판되었다.[1]

자외선으로 촬영한 안드로메다 은하(허블 촬영)

섀플리는 우리은하(은하수)가 우주 전체라고 보았으며, 나선성운의 하나인 안드로메다는 단순히 우리은하의 일부라고 믿었다. 그는 만약 안드로메다 은하가 우리은하 내에 있지 않으면, 그 상대적인 크기로 보았을 때,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당시 지식으로는 거의 모든 천문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약 108 광년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아드리안 판 마넌도 섀플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측 결과를 내놓았다. 마넌은 당시에 꽤 존경받는 천문학자였는데, 그는 바람개비 은하의 회전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2] 만약 바람개비 은하가 실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개의 은하이고, 그 움직임을 지구에 몇 년내에 관측할 수 있을 정도라면, 실제 별들의 공전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커야 되는데, 이는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르게 운동할 수 없다"는 물리법칙을 위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섀플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또 다른 관측결과는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신성이었다. 이 신성은 심지어 자신이 속해있는 안드로메다 은하 자체보다 밝아졌었는데, 만약 안드로메다 은하가 커티스의 주장대로 우리은하 밖에 아주 멀리 있다면 이 신성이 내는 에너지는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큰 값을 가지게 되므로,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은하내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에 커티스는 안드로메다와 나선성운들은 우리은하밖에 존재하는 다른 은하, 소위 '섬우주(Island universe)'라고 주장했다. 이 '섬우주'라는 표현은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만들어낸 용어이다.

우선 커티스는 안드로메다에 있는 신성들의 수가 우리은하내의 신성들보다 많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로부터 그는 안드로메다가 우리은하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그 작은 부분에 들어있는 신성들이 전체보다 많을 수 있느냐고 반문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는 안드로메다가 다른 나이와 다른 신성 발생빈도를 가진 별개의 은하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나선성운들에서는 우리은하 자체에서나 볼 수 있는 먼지띠가 존재하고, 또한 상당히 큰 도플러 효과가 관측되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하지만 커티스는 만약 반 마넨의 바람개비 은하의 공전속도 관측이 앞으로 계속 옳은 것으로 판명된다면, 자신의 주장이 틀리며, 이는 나선성운들이 우리은하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가장 확실히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토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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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마넌의 관측은 틀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인간의 수명 안에 바람개비 은하의 회전을 관측할 수 없다.

에드윈 허블의 연구 덕분에, 현재는 이 나선성운들이 수십 - 수백억개씩 존재하는 외부은하들 중 하나에 불과하는 것이 알려졌다. 따라서 이 대논쟁에서 커티스가 좀 더 사실에 가까운 주장을 했던 셈이 된다. 또한, 섀플리가 언급한 신성은 실제로 은하보다 많은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초신성이었다. 한편 다른 결과들에 대해서는 섀플리와 커티스 어느 누구도 정확하지는 않았음이 밝혀졌다. 실제 우리은하의 크기는 두 사람의 제안한 값들 사이에 있으며, 태양계는 커티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은하의 중심에 위치하지 않고, 섀플리의 주장처럼 바깥쪽에 위치한다.[3]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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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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