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에스파너(아일랜드어: Míl Espáine)는 아일랜드 신화에서 아일랜드섬의 마지막 도래인이며 오늘날의 게일인의 조상 민족인 밀레시안의 중시조라고 하는 인물이다. "밀레시안" 자체가 "밀의 아들들"이라는 뜻이다. 빌레의 아들이며 브로간의 손자다.

"밀 에스파너"라는 이름은 라틴어 밀레스 히스파니아이(라틴어: Miles Hispaniae)가 게일어화된 것이며, 그 뜻은 "히스파니아의 병사"라는 뜻이다. 『에린 침략의 서』에서 그의 진짜 이름은 갈람(Galam)이며, 이는 콜룸바와 같고 맬컴(Malcolm)이나 칼룸(Callum) 같은 이름과 어원을 공유한다고 한다. 에린섬(아일랜드섬)을 마지막으로 정복한 것이 "히스파니아의 병사의 세 아들들", 즉 밀 에스파너의 세 아들들인 것이다.[1] 어째서 뜬금없이 히스파니아가 게일 민족의 출신 지역으로 신화상에서 설정되어 있는지에 관해서는 제설이 있다. 네덜란드 학자 안톤 헤라르트 판 하멀은 그 연원을 이시도루스 히스팔렌시스가 『고트인, 반달인, 수에비 열왕사』에서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당시 히스파니아를 "모든 종족의 어머니"로 평가한 것에서 연원을 찾았다.[2] 어쩌면 고전시대의 지리학자들은 아일랜드섬이 이베리아반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당장 『에린 침략의 서』 제100절에서 브로간의 탑 위에 올라가면 바다 건너 에린이 보였다고 적고 있다.

아무튼 "밀 에스파너" 갈람은 스키티아이집트에서 병사로 복무하다가 자기 후손이 에린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고 서쪽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싸움을 거듭하여 그 본인은 히스파니아 땅에서 죽었고, 에린 땅을 밟지 못했다. 그 뒤 밀 에스파너의 삼촌 이흐가 탑 위에서 에린을 발견하고 밀 에스파너의 아내 스코타와 함께 에린을 정탐하기 위해 건너갔다가 선주민족인 투어허 데 다넌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흐의 시체가 이베리아로 돌아오자 밀 에스파너의 여덟 아들들과 이흐의 아홉 형제들이 복수를 위해 에린을 공격했고 투어허 데 다넌에게 승리했다.

족보학자 존 오하르트가 작성한 신화적 족보에서 밀 에스파너는 모든 아일랜드인의 조상으로 되어 있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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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rey, Irish National Origin Legend, pp. 5-6.
  2. Van Hamel, "On Lebor Gábala", p.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