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중심언어
주제중심언어(主題中心言語, 영어: topic-prominent language)는 언어학에서, 문장의 주제(화제)가 통사론적으로 정해져서 명시적으로 드러나며 이에 비해 주어는 중시되지 않는 언어를 이르는 용어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자와어 등 동아시아 지역의 여러 언어들이 이에 해당된다.
주제중심언어는 1976년 언어학자 찰스 리(Charles N. Li)와 산드라 톰슨(Sandra Thompson)이 제안한 개념으로, 이들은 주제중심성(영어: topic-prominence)과 주어중심성(영어: subject-prominence)의 유무로 세계의 언어를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1] 이들은 주제중심언어로 중국어, 라후어, 리수어 등을, 주어중심언어로 인도유럽어, 니제르콩고어, 핀우그리아어 등을, 주제와 주어가 모두 중심인 언어로 한국어와 일본어 등을, 주제와 주어 모두 중심이 아닌 언어로 타갈로그어와 일로카노어 등을 제시하였다.[2] 한국어와 일본어는 주격중출이 일어날 때처럼 주제와 주어를 표시하는 조사가 같이 쓰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제와 주어가 모두 중심이 된다고 보았다.[3]
주제는 한국어처럼 보조사 ‘은/는’으로 표시되거나 중국어, 자와어 등처럼 어순 상 문두에 표시되는 경우가 있는데, 겉보기상 주어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와는 반대로 영어 등 많은 인도유럽어는 주어가 명확히 드러나고 반대로 주제는 문법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주어중심언어(영어: subject-prominent language)라고 할 수 있다. 주제중심언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일반적으로 주어를 드러낼 필요가 없고[4], 동사의 인칭 변화에서 영어의 “It rains.”와 같은 비인칭주어 또는 비인칭동사(impersonal verb)형태가 없는 것.
- 한국어에서 “코끼리는 코가 길다.”라고 할 때처럼 주어 중출 형태가 문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
- 요리를 주문할 때 “저는 구운 거요.”[5]라고 할 때처럼 주제와 주어가 다르게 고려되지 않아서 주격 우세 언어로 직역할 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구문이 있는 것.
주어중심언어에도 어순이나 정황을 통해 표시를 하거나, ‘은/는’에 해당하는 조사를 사용하는 등 나름대로 주제를 강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 주어중심언어라도 의미상의 주어와 형식상의 주어가 다른 경우도 많다. 영어에서 자주 발생하는 가주어-진주어 구문이 좋은 예이다.
각주
편집- ↑ 박종한; 양세욱; 김석영 (2012). 《중국어의 비밀》. 경기: 궁리. 38-39쪽. ISBN 9788958202042.
- ↑ Li, Charles N.; Thompson, Sandra A. (1976). 〈Subject and Topic: A New Typology of Language〉. Charles N. Li. 《Subject and Topic》. New York: Academic Press. 457–489쪽. ISBN 978-0-12-447350-8.
- ↑ 박종한; 양세욱; 김석영 (2012). 《중국어의 비밀》. 경기: 궁리. 40쪽. ISBN 9788958202042.
- ↑ 그러나 드러낼 수는 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어에서 보조사 ‘은/는’과는 별도로 격조사 ‘이/가’가 따로 있는 경우.
- ↑ 이 예는 일본어로는 '뱀장어 문장(うなぎ文)'이라 하는데, 奥津敬一郎의 『뱀장어 문장의 문법(「ボクハ ウナギダ」の文法—ダとノ)』, 쿠로시오출판(くろしお出版), 1978, 21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