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의 인식 가능성의 역설
피치의 인식 가능성의 역설(Fitch's paradox of knowability, -逆說)은 논리학의 역설 중 하나로, 미국의 논리학자 프레더릭 피치(Frederic Fitch)가 1963년 논문 "가치 개념에 대한 논리적 분석(A Logical Analysis of Some Value Concepts)"에서 처음 제시하였다.
이 역설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 만약 모든 진리를 알 수 있다면,
- 모든 진리는 알려져 있다.
여기서 1은 인식 가능성 테제(knowability thesis)라고 하는 중요한 철학적 명제이다. 피치의 역설은 위와 같이 인식 가능성 테제는 사실 2, 즉 전지성 원리(omniscience principle)를 함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지성 원리는 철학적으로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원리이므로, 결국 피치의 역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인식 가능성 테제를 부정하여 알 수 없는 진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증명
편집피치의 역설은 인식 논리학 및 양상 논리학에서 받아들이는 다음과 같은 명제들에서 증명 가능하다. 이하에서 'Kp'는 'p를 안다.'라는 뜻이다.
이제 다음을 가정하자.
- p → ◇Kp (인식 가능성 테제)
1과 2에서 먼저 귀류법을 이용해 다음의 보조정리를 얻는다.
- ~K(p∧~Kp)
- K(p∧~Kp) (가정)
- K(p∧~Kp) → (Kp∧K(~Kp)) (앞의 2)
- Kp∧K(~Kp) (1, 2, 전건 긍정식)
- Kp∧K(~Kp) → Kp (연언 단순화)
- Kp (3, 4, 전건 긍정식)
- Kp∧K(~Kp) → K(~Kp) (연언 단순화)
- K(~Kp) (3, 6, 전건 긍정식)
- K(~Kp) → ~Kp (앞의 1)
- ~Kp (7, 8, 전건 긍정식)
그리고, 이로부터 다음과 같이 인식 가능성 테제로부터 전지성 원리를 얻는다.
다른 양상 술어의 경우
편집이상의 증명에서는 K를 '인식'에 관한 양상 술어로 사용했으나, 사실 이상의 가정을 만족하는 모든 양상 술어는 피치의 역설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피치의 역설을 해설하는 조 살레르노(Joe Salerno)는 하나의 예로 Gp, 즉, 'p는 신에 의한 것이다.(caused by God)'를 든다. 여기서 인식 가능성 테제는 'p → ◇G(p)', 즉 'p가 진리라면, p가 신에 의한 것임은 가능하다.'와 같은 형태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p → Gp', 즉 '모든 진리는 신에 의한 것이다.'를 얻는다.
조건의 약화
편집일반적으로 피치의 역설을 도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증명은 T 공리를 사용하나, 이 공리는 피치의 역설을 다루는 데 지나치게 강한 조건이다. A를 임의의 양상 술어라고 하면, 피치의 역설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위의 보조정리는 사실 위의 1, 2 대신 다음과 같은 3개의 가정을 사용해 유도할 수 있다.
- Ap → AAp (정규 양상 논리학의 4 공리)
- ~(Ap∧A(~p))
- A(p∧q) → (Ap∧Aq) (앞의 2와 동일한 구조)
여기서 2번 조건은 다음과 같이 다시 쓸 수 있는데,
- Ap → ~A(~p) 또는 A(~p) → ~Ap
이는 다음과 같이 T 공리에서 도출 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직접적으로 T보다 약한 조건이다.
- A(~p) → ~p (T 공리)
- A(p) → p (T 공리)
- ~p → ~A(p) (2, 대우 법칙, 전건 긍정식)
- A(~p) → ~A(p) (1, 3, 삼단 논법)
이런 조건은 예컨대, 신뢰 논리학(doxastic logic)에서 다루는 술어인 'Bp(p는 신뢰된다)'에 적용될 수 있다.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판단자(believer/reasoner)는 '정규 판단자(normal reasoner)', 즉 p를 믿으면, 이 p를 믿는다는 것을 믿는 판단자인 동시에, '무모순적 판단자(consistent reasoner)', 즉 어떤 모순된 믿음도 갖지 않는 판단자이다.
이상의 술어 조건을 이용하여 앞의 보조정리는 마찬가지로 귀류법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유도된다.
- ~A(p∧~Ap)
- A(p∧~Ap) (가정)
- Ap∧A(~Ap) (1, 위의 3, 전건 긍정식)
- Ap (2, 연언 단순화, 전건 긍정식)
- AAp (3, 위의 1, 전건 긍정식)
- A(~Ap) (2, 연언 단순화, 전건 긍정식)
- AAp∧A(~Ap) (4, 5, 연언 도입)
- ~(AAp∧A(~Ap)) (위의 2)
인식 가능성 테제를 부정하지 않는 해결
편집이상의 증명을 살펴볼 때, 피치의 역설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전지성 원리를 피하는 방법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 인식 가능성 테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
- 인식 가능성 테제를 표현한 양상 술어가 현실적인 인식 가능성 테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
- 인식 술어의 재귀성(K(p) → K(K(p))) 또는 인식 술어의 연언 분배 법칙(K(p∧q) → (Kp∧Kq))을 부정하는 것
1은 도입부에 논한 것이다. 이 외의 해결책으로는 2와 3이 가능하다. 그러나 3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인식 술어의 연언 분배 법칙이나 재귀성(약한 형태의 논변을 받아들일 경우)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데 대한 정당화가 별도로 필요하다.
같이 보기
편집참고 문헌
편집- Frederick Fitch, "A Logical Analysis of Some Value Concepts". Journal of Symbolic Logic Vol. 28, No. 2 (Jun., 1963), pp. 135–142.
- W. D. Hart. "The Epistemology of Abstract Objects", Proceedings of the Aristotelian Society, suppl. vol. 53, 1979, pp. 153–65.
- Joe Salerno, ed. New essays on the knowability paradox Archived 2009년 2월 17일 - 웨이백 머신. Oxford University Press, to app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