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논다
크고 반짝이는 것을 찾았다
가지고 놀기엔 제법 커다란 것이건만
그저 천진하구나
조금 큰 아이도 함께다
아이가 가진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뭔지도 모르고 어수룩하게 어른을 흉내내건만
어묵한 것인지도 모르누나
아이와 아이가 논다
천진한 눈을 하고
천진한 손을 하고
천진하게 지쳐간다
어묵하게 늙어간다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무엇을 흉내내는지
왜 힘이 드는지
왜 기분이 나쁜지
반나절은 놀아야 알까
한나절은 놀아야 알까
그러나 이것도 아이의 천진함
누가 아이의 장난감을 뺏을 수 있겠는가
누가 아이의 고집을 꺽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마냥 편치만은 않구나
잃는 것이 한 발 빠를 것이니
깨닫는 것이 한 발 느릴 것이니
딱한 눈을 할 수 있는 건 아이가 아닌데
딱한 눈을 갖게 될 것은 아이일 수 밖에 없구나